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시아나 사고, 민·관 구멍난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아시아나 사고, 민·관 구멍난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 기자명 주정환
  • 입력 2013.07.15 15:33
  • 전체기사 421,451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신문=주정환] 7월 7일 평온한 일요일 아침 인천공항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를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 OZ214편이 착륙 중 사고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심각한 항공 사고인데도 불구하고 대형 참사를 피하고 인명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은 우리사회와 행정부가 위기관리 대응에 대한 문제점과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이와 유사한 전조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쉬쉬하고 지나갔다는 점, 새 비행기를 몰 때 관숙비행(익숙할 때까지 실제 조종연습)을 화물기가 아닌 여객기로 진행했다는 점. 그것도 위험 공항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경험이 없는 기장과 초보 교관을 배정했다는 점은 결과가 어쨌든 위기를 불러들인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삼성전자 부사장, 아시아나 사고 특종

이번 사고에서 위기관리와 관련해 나타난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면 중요한 시사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언론이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속보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사고 직후 비행기에서 탈출하자마자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윗했다. 바로 이 트윗이 특종을 했다. 첫 보도였던 것이다. 트윗을 날린 지 5시간도 안 돼 3만명 이상이 리트윗을 날리고 미국 주요 언론이 데이비드 은의 트윗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또 사고 목격과 피해 승객들의 재빠른 사고 소식을 담은 다양한 영상들이 속속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현장 접근이 금지된 미디어 기자들을 대신해 초기 뉴스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시민들이 담당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시민 언론 시대란 말을 실감나게 하는 상황을 전개시켰다.

미국은 인명 피해, 피해가족 위로 중심 커뮤니케이션

둘째, 짧은 시간에 위기관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축된 매뉴얼 진행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한국시간 새벽 3시 28분 사고 발생 시간 이후부터 진행된 내용을 보면 각 관련 기관 및 당국이 자신의 역할에 따라 물 흐르듯이 위기관리 시스템이 가동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명 피해 및 피해가족에 대한 위로와 관리를 최우선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실제로 사고 발생 이후 3시간 뒤 미국 NTSB(미항공안전위) 브리핑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를 중심으로 한 통합비상대책팀이 가동돼 시장, FBI, NTSB 등 각자 역할에 따른 합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리고 백악관의 위로 메시지도 신속하게 나왔다.

‘90초 룰’ 원칙 매뉴얼이 막은 대참사

셋째, 아시아나 여 승무원들의 침착한 위기관리가 대형 참사를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시아나 여승무원들은 사고 뒤 90초 룰에 맞춰 신속하게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위기 매뉴얼에 따라 비상 슬라이드를 펴고 승객들을 탈출시킨 것. 일어나지 못하는 승객들은 아예 업고 뛰었다.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마지막에야 탈출한 여 승무원들. 이 상황을 목격한 미국 소방 요원들은 그녀들을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한 여승무원들이 있었기에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2차 사고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윤혜 승무원은 미국 현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어떤 생각이 들던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매년 훈련받다 보니 상황이 닥치자 생각이 명료해졌다. 생각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서 화재 났을 때도 빨리 꺼야지 생각이 들지 어떡하지 위험한데 하는 생각은 안 들었다." 위기관리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한 마디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SNS 시대 부적절한 언행이 위기 부채질

넷째, 사고 자체가 아닌 대중을 향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가적인 갈등을 빚는 빌미 제공은 물론 새로운 위기를 불렀다. 채널A 아나운서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뉴스특보를 진행하던 중 "사망자 2명을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우리로서는 다행이다"는 코멘트를 해 논란이 일었다. 가뜩이나 어린 딸을 잃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특히 SNS의 파급력에 따라 급속하게 중국인들에게 확산돼 이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한국에 대한 불신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한 개인의 발언도 아니고 공신력있는 방송사 앵커의 말 실수라는 점에서 향후 미디어의 위기관리 체계도 재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민·관 모두 자기 조직 입장 위주의 초보적인 초기 위기 대응

다섯째, 국내가 아닌 국제 무대에서 발생한 항공사고에 정부 부처의 위기 대응이 초보 수준임을 또 한번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종합청사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 된 이후 발생한 첫 항공 사고라는 점에서 위기 대응을 놓고 또 다른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사고가 발생하자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아시아나 항공사는 서울에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외교부는 광화문 청사에 T/F를 구성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와 관련된 공식적인 대응 행태를 살펴 보면 사고 발생 후 8시간이나 지나서야 겨우 국토부 공식 브리핑 보도가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늑장 대응도 마찬가지. 백악관의 신속한 대응과는 달리 사고 후 11시간이나 지나서야 김행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의 공식 멘트가 있었다. 이는 지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때와 비교해 봐도 확연하게 늦은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또 핵심 당사자인 아시아나의 공식 대응 또한 부족하긴 마찬가지. 사고 뒤 12시간이나 지나서야 겨우 아시아나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위기발생은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볼 때 지금과 같은 국가 위기관리 대응 구조로는 앞으로 또 다른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같은 문제점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 마디로 위기를 통합 관장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 현상을 그대로 나타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메시지도 초기에 조금씩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임에 따라 각 언론으로부터 추측 보도를 부추기는 양상을 만들기도 했다.
또 미국의 경우 인명을 가장 중요시하는 커뮤니케이션과는 달리 사고 대책본부 가동, 사고 대책반 파견 등과 같은 자기 조직 입장에서만 위기를 대처하는 초보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는 것은 민과 관 모두 동일했다.
그나마 경험 많은 외교부의 신속한 T/F 구성과 기자 브리핑을 통해 피해자를 아우르는 메시지 전달 등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위안이 될 만 했다. 주무 부처 외에 안전행정부,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등 직 간접적으로 연계된 부처들 또한 SNS를 통해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항공기 사고와 같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어느 한 부처에 소관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신속하게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아나 사고는 청와대를 비롯한 각 행정부처에 대한 역할을 재조명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세종청사 시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혼선 불가피

이번 아시아나 사고는 SNS가 위기 발생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동시에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나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바로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가 되는 것 또한 확인시켜 주었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조직 중심이 아니라 바로 인명구조와 역지사지의 공감을 일으키는 상식적인 커뮤니케이션임을 잊어선 안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와 해당 부처인 국토부, 유관기관 그리고 항공사 모두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관 모두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곱씹어 보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또 세종시 청사 이전 이후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어떻게 적절하고 유기적으로 가동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응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국회신문]

저작권자 © 국회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안내 기사의 수정 및 삭제는 정기구독자 에게만 서비스 합니다
제보 국회일보는 여러분의 제보로 문제를 해결하고 각종 비리와 공무원의 갑질과 불편부당한 사건 사고 등을 제보 (국회일보 신문고 이용)

국회일보 국회와 유권자 소통의 메신저 -국회일보 - www.assemblynews.co.kr 국회일보는 국회 전문지로 국회 의정활동, 국회의원, 국회 관련 정책과 지방의회 관련 정보 등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국회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보도평가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회일보는 국회 의정활동을 가장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는 언론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회일보는 대한민국 국회의 주요 활동을 보도하는 유일한 언론사이며, 국회의 활동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