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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참사 재현된 사설 해병대 캠프의 비극

씨랜드 참사 재현된 사설 해병대 캠프의 비극

  • 기자명 주정환
  • 입력 2013.07.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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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신문=주정환] 극기 훈련시킨다고 고등학생들을 해병대캠프에 보냈다가 5명이나 죽음으로 내 몬 안타까운 사건이 대한민국에 벌어졌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질까?
게다가 지난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작년에 서울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사설 해병대 캠프가 위험하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었다고 한다. 해병대 캠프가 욕설이 난무하고 사전공지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극기 훈련이 진행돼 인명사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진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교의 압력으로 철회했다는 것.

창조경제 부르짖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해병대 캠프에서 수장시키는 나라

사고 나기 얼마 전 모대학교 교수가 자신의 아이를 해병대캠프에 보낼 예정인데 아이한테는 알리지 않고 신청만 해뒀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강건한 정신력을 위해서 꼭 필요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함께 참여하고 싶지만 본인은 도저히 자신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정작 본인들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왜 어린 학생들에게 강요할까?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학생들은 늘 ‘아직 철이 덜 들고, 인내심과 끈기가 부족하고, 자기통제가 안 되는...’ 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강도 높은 긴장의 공간으로 내몬다.

해병대캠프만 가면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군기 바짝 들어 부모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훌륭한 인성이 배양돼서 돌아올까? 21세기에 고등학생들이 독기만 품으면 창조 경제를 살리는 인재가 되는 것일까?
방송사들이 최근 군 체험 프로그램을 앞 다퉈 보도하고 방영하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을 앞세워 군대의 강한 훈련을 마치 남성다움, 인성 회복의 바로미터처럼 부각하고 과대 포장한다. 이런 선입견의 연장선에서 어른들은 군인도 아닌 학생들에게 가장 강도 높은 해병대체험을 강요한다.
안전한 나라를 공약으로 내걸고 창조경제에 목소리를 높인 대통령을 뽑은 나라가 가장 창조적이지 않은 체험을 통해 21세기 창조의 씨앗마저 수장시키고 있다.

학교가 학교 역할하지 못했을 때, 학생들이 위기로 내 몰린다

사고 발생 뒤 해당 고등학교장은 방송인터뷰에서 사고 원인을 묻자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해병대 체험 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해당 교사들도 마찬가지. 경찰 조사내용에 따르면 해당 사설 캠프 교관들도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인솔자인 교장, 교무부장, 2학년 담임교사,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등 17명이 회식중일 때, 아이들은 바다에서 살아남으려고, 친구를 구하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이 무슨 교육을 어떻게 받는지, 함께 교육에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참관은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 죽음 앞에 사과하는 어른이 한 사람도 없다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한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당시 화재가 났을 때도 유치원 교사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회식을 하던 중이라 대처가 늦었다. 당시 온 사회가 공분하고 가슴 아파하며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아 재발방지를 외쳤지만 그 유치원생들이 자라 고등학생이 된 2013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한 정부에서 똑같은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번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로 중국학생 사망 사건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두 번이나 애도와 사과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정작 기성세대들의 잘못으로 우리의 꽃다운 아이들이 5명이나 생명을 잃은 이번 사고를 두고는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해당 학교, 교육기관 및 교육부, 해당 지역장, 군, 해양경찰, 안전행정부,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어른으로서 사과하고 책임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안타까운 불행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행정시스템 철저히 재점검하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 유치원 및 초중고에 수련회, 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교육 내용 전체를 재점검 하라. 일부 교장들의 상납 창구로 전락한 각종 체험학습 계약을 철저히 조사해 부실한 체험의 싹을 잘라야 한다.
둘째, 행정보다는 국민의 안전에 더 중요성을 두겠다는 안전행정부의 이름에 걸맞게 안전시스템을 재점검 하라.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형식적인 시스템 만들기에 분주하지 말고 사전에 시뮬레이션 하는 창조적인 안전행정부를 기대한다.
셋째, 창조경제의 근원인 교육부의 교육 시스템을 기본부터 다시 세워라. 아이들의 전인 교육을 사설해병대 캠프에나 일임하고 본 교육은 사설 학원에나 일임하는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스스로 개혁하라.
넷째, 학교 교육 프로그램 중 일환인 각종 캠프나 연수 프로그램의 자질과 운영 내용에 대해 교육부의 감독과 점검이 필요하다. 관련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가장 마진이 높고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바로 극기 관련 캠프라고 한다. 극기 훈련이니까 힘든 게 당연하고 큰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다섯째, 이번 사건이 또 일부 사설 사업자들의 잘못으로만 결론짓고 끝낸다면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실제 가해자인 교육 행정 시스템과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교육관을 지금부터라도 내 자식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반성하고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인이 된 어린 학생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에 내모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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