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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하고 고액 기부하면 세금 왕창 물리겠다(?)

자선하고 고액 기부하면 세금 왕창 물리겠다(?)

  • 기자명 주정환
  • 입력 2013.09.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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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신문=주정환] 기부금을 왜 민간인이 내니? 너 그렇게 돈이 많아? 사회복지 그건 국가가 책임 질 일이지 민간인이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내고 싶어? 그럼 기부해 봐 세금 확 물릴 테니. 대학교 장학금 기부, 병원 의료지원 기부, 사회 복지 단체 기부, 종교 단체 기부 한번 해봐 기부한 금액만큼 세금 물릴테니까.”

“사회복지 예산 국가가 다 세워놨어. 깨알같이 챙기고 있는 거 못봤어? 근데 공약한 사회복지에 집행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너희들 낸다는 그 기부금 많이 내봐 부족한 복지예산 좀 충당하게. 근데 너 이거 알아? 내기 싫은 기부금 내는 거 보다 세금 꼬박꼬박 잘 내는 게 기부야.”

기부금 문화 말살시키는 세법개정안

요즘 대한민국 시계를 보면 웃지 못할 장면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소속한 조직의 편협한 시각으로만 세상을 본다는 점.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되고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 줘야 되고 우리만 사는 세상이 아닌 이 지구촌에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도 방향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더 답답한 점은 초등학생도 비웃을 만큼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 행정 조직에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그나마 싹트고 있던 기부금 문화마저 말살시킬 움직임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수위에서 사회복지 등에 쓸 예산 135조원을 결정하고 세입확충을 위해 자선 기부금을 내는 선의의 기부자들에게까지 폭탄 세금을 물리는 법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때문에 올해 초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교육비, 의료비 등을 포함해 2500만원으로 제한하는 법률)시행으로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한 기부 문화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기부 문화 자체가 완전히 말살되는 상황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조세감면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현재는 자기 소득 내에서 법정기부금은 100% 소득공제해 주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기부금의 15%만 깎아준다. 다시 말해 기부자는 세금 폭탄을 각오해야 한다.

 

기재부, 세금 많이 나오니까 감안해서 기부금 줄여라

문제는 기재부 내에서도 너무 급격하게 밀어붙이기식으로 세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정한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감안해 기부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세제담당 실무 간부가 언론을 통해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우리 사회의 완충 역할을 해 오던 복지, 교육, 의료, 종교 영역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가뜩이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 구조를 감안한다면 이번 세법개정안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악영향은 상상 이상의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세금을 거두는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은 고스란히 우리사회와 진짜 불우한 이웃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제로 올해 초 조세특례제한법이 시행되면서 각 복지단체마다 기부금이 줄어 그동안 혜택을 받아오던 많은 저소득층 자녀의 장학금 및 문화적 지원, 정부 지원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던 불우한 이웃들의 지원이 끊기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창조경제 내세우는 정부가 오히려 사회 방향 역행

국가가 사회 복지에 대한 한계를 보인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 굳이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이념 체계를 떠나 국가가 사회의 부족한 구조를 모두 메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근거로 국가가 나서서 모든 사회복지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발상은 도대체 무엇인지 정말 의아스럽다.

문제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이제 겨우 시작한 기부 문화에 대한 싹조차 자른다는 점이다. 자선의 문화를 만들고 건전한 기부를 조성해 우리 사회를 건강한 구조로 만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창조경제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시민들 스스로 사회안전망을 엮어 나가는 것을 이끌어가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앞뒤가 바뀐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사회지도층 노블레스오블리주 절실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진 자, 기득권층이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먼저 도덕적 의무를 선행하고 사회를 위해 먼저 희생하는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실천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보고 배우고 또 따라 할 것을 많이 만들어 놓은 사회, 시민들 스스로 서로에게 손을 뻗어 안전망이 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21세기의 건전한 사회다.

지금 세법개정과 관련해 정책을 계획하고 입안하고 집행하는 모든 리더들이 단 한번이라도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위해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또 자라나는 세대들의 교육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고 또 스스로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한 적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바로 우리 사회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따뜻하고 비전을 가진 시각이다. 단순히 정치적인 지시에 따라 만든 근시안적인 시각, 공약 맞춤형으로 계산기를 두드려 급조해 만들어 내는 게 정책이 아니라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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